영웅전설 여의 궤적 놀이문화



0. 
아쉬운 점은 있지만 <섬의 궤적>에 비해서 분명히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다. 발전속도가 빠르냐 늦냐로 따지면 여전히 느린 편이라는 점이 문제긴 하지만… 특히 <섬> 시리즈는 제대로 된 완결 없이 차기작으로 넘겨버리는 결말을 두번이나(1, 3) 내서 말이 많았는데 <여의 궤적>은 그런 면에 있어서 깔끔하게 완결을 내면서도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도 불러일으키는, 모범적인 1편이다. 

1. 
그래픽 면에서는 신 엔진으로 갈아타긴 했는데 캐릭터 모델링 스타일이 거의 안 변해서 확 체감되는 느낌은 없다. 특히 남자 캐릭터 눈두덩이나 근육 캐릭터의 맨몸 표현은 여전히 어색하다. 그래도 자동차같은 메카닉 모델링은 상당히 좋아졌다. 

2. 
모션과 연출도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갈 길이 멀다. 특히 힘 빠진 모션을 적절히 가리는 기교는 여전히 부족하다. 컷신 처리를 못해서 텍스트로 때우려고 드는 장면도 여전히 많다. 가끔 등장하는 카레이스 장면같은 건 특히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게 눈에 보인다. 그래도 "힘 준" 부분은 확실히 나아진 부분이 보인다. 시즈나 같이 의도적으로 푸시해준 캐릭터의 크래프트 모션은 반남같은 대기업 캐릭터 게임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니까. 

3. 
텍스트 퀄리티는 좋아진 부분도 있고 여전히 나쁜 부분도 있고. 대명사로 의미심장한 척 말하면서 중요한 정보를 감추거나(혹은 설정해둔 게 없는 걸 얼버무리거나) NPC들이 설명조로 길게 말하는 건 여전하다. 그래도 레귤러 캐릭터들간에 시츄에이션을 잘 조성해놔서 초반은 시트콤같은 느낌으로 봐줄만 한 장면이 꽤 있다. 
그리고 번역은 상당히 쓰레기다. 번역 자체도 퀄리티가 썩 좋지는 않은데 번역자끼리 용어 통일도 안 되어있고 시스템 메세지나 아이템 설명에 오탈자도 많은 등 검수도 엉망이다. 일본판이랑 발매간격이 반년이나 된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번역. 

4. 
전투 시스템은 명백하게 발전했다. 개인적으로 <섬>이나 <시작의 궤적>의 전투 시스템이나 밸런스는 그다지 만족스럽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굳이 따지자면 이질풍 뽕맛으로 했다), 본작의 전투 시스템은 상쾌감이 있다. 필드 배틀에서 적을 스턴시킨 뒤 선제 샤드 어택으로 커맨드 배틀로 진입하는 상쾌감은 분명히 중독적이다. 특히 궤적 시리즈는 전투 필드에 거리나 전후좌우 개념이 있는 있는 SRPG식 전투 치고는 이동에도 턴을 소모시키고 적 보스가 개나소나 전체범위 S크래프트를 날려대서 포지션 변경은 최소화하면서 아군의 버프를 다 받아 챙기고 사거리와 범위가 좋은 기술로 때려잡는게 최적의 전투 방법이었는데, 이동과 공격을 한 턴에 동시에 할 수 있게 되고 적의 측면이나 후면을 때리면 대미지 증가가 있는 크래프트를 넣는 것으로 포지션 변경의 중요성을 늘렸다. 밸런스는 여전히 완벽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시스템적, 수치적인 인플레가 줄어들면서 난이도 자체를 낮춰놔서 스트레스 요소가 적다. 각잡고 머리를 굴려가며 하는 고난이도 커맨드 전투를 좋아한다면 불만일수도 있겠다. 

5.
인터페이스는 예뻐지긴 했는데 편의성은 영 아니올시다. 메인메뉴 심도가 깊어진건 필드에서 사용하는 버튼이 늘어나서 어쩔 수 없다고 치는데 (사실 이것도 굳이? 싶은 부분이 있다) 전투 인터페이스의 AT바는 명백히 퇴화했다. 기존의 AT바는 적아군을 일렬로 배치해서 행동 순서가 한눈에 들어왔는데, 새로운 AT바는 중앙의 현재 행동중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적아군을 양옆으로 분산배치해놨기 때문에 행동 순서를 즉각적으로 알 수 없는 디자인이 됐다. 그리고 쿼츠 관련 인터페이스는 여전히 구리다. 지금은 그나마 쿼츠 종류가 적은 편이라 괜찮은데 2편이나 3편이 나오면 상위 쿼츠도 더 늘어날게 뻔하니까 제발 쿼츠 등급에 따라 필터링하는 기능같은것좀 넣었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도 쿼츠 속성에 따른 카테고리 기능밖에 없다는게 말이 돼? 

6. 
4spg는 근본적으로 기존 궤적의 서브 퀘스트랑 별 다른게 없다. 커넥트 시스템도 편의성이 약간 좋아진걸 빼면 인연 이벤트랑 근본적으로는 같다. 오히려 인물노트의 분량이 줄어들었다. 개인적으로 일상파트의 플레이를 넣을거면 <페르소나>처럼 아예 일단위 스케쥴 시스템을 제대로 넣던가, 아니면 그냥 스토리 따라 일직선으로 플레이하게 만드는게 낫다고 본다. 스토리 사이에 휴일을 딱 하루 잡아두고 서브퀘스트, 서브이벤트를 그날 하루에 쑤셔넣는 현재의 시스템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특히 일단위 스케쥴 시스템은 플레이타임 늘리기에도 유리하다. 팔콤이 은근히 플레이타임 부풀리기에 진심인 놈들인데 왜 플레이타임이 늘어나면서 욕도 안먹는 시스템을 채용 안하는지 모르겠다. 

7.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음악들.

그렌델 테마. 본작 특유의 특촬 히어로 뽕을 채워주는 음악. 그렌델 디자인이나 모션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이 음악만큼은 좋아한다. 특히 그렌델 첫 변신씬이 모범적인 특촬물 1화 느낌이다. 

범용으로 쓰이는 이벤트 BGM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레인 테마라고 생각중. 

막간 전까지 각장 마무리를 책임지는 BGM. 특유의 시트콤적인 분위기를 책임지는데 의외로 멜로디 자체는 너무 들뜨지 않고 차분한 느낌이다. 




이하 스토리랑 캐릭터 감상. 스포일러 있음. 






8. 
3장의 댄스배틀은 대체 왜 넣었는지 알수가 없다. 그렇다고 춤 모션 종류가 엄청 늘어난것도 아니다. 덕분에 PTSD가 왔다. 5장의 아르마타 간부 썰풀이도 그렇다. 그나마 주디스와 아리옥이 나누는 대화 정도는 봐줄만 했는데 "봐줄만 했다"지 "잘 썼다"가 아니다. 종장은 안그래도 플롯상으로는 사족에 가까운데 그나마 참아왔던 궤적 시리즈 클리셰 총출동으로 플레이가 괴롭다. 제발 팔콤은 종장에 모든 캐릭터의 활약상을 다 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라. 차라리 <페르소나 5>의 급발진 가라 괴도단이 낫다고 느껴질 지경이다. (가라 괴도단이 잘만들었다는게 아니다) 
그래도 결말은 만족스럽다. 막간부터 5장, 종장까지 플롯이 절정에 달하면서 초중반의 시트콤스러운 분위기가 없어지는데,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오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트콤스러운 긴장감 없는 분위기도 돌아온다. 

9. 
반 아크라이드. <섬>의 린과 그렇게 크게 차이나는 캐릭터성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자기희생적인 면은 똑같기도 하고. 여기저기 플래그 꽂고 다니는 하렘 체질인 점도 비슷하다. 탱킹도 하고 체인도 쌓고 딜링도 하고 만능 캐릭터. 

아니에스 클로델. 명백한 메인 히로인. 안그래보이는데 의외로 질투심이 강한 편이라는 묘사가 잊을 만 하면 나타난다. 회복, 아츠 담당이라 파티에서 빼고싶지 않은 캐릭터다. 

페리 알파이드. 로리, 라기보다 어린애 포지션. 엽병 출신 캐릭터라 대미지 딜러로 착각하기 쉽지만 버프 담당에 가깝다. 초반에는 체인도 페리로 쌓아야 한다. 

애런 웨이. 크로우, 애쉬에 이은 양아치 담당. 섹드립도 치고 술도 마시고 신났다. 물리 딜러긴 한데 최상위 레어 쿼츠를 한 세이브파일당 하나밖에 못 얻는 사양이라 대개 그렌델 변신이 있는 반에게 밀리게 된다. 그렌델을 논외로 치고 보면 성능 자체는 나쁘지 않다. 

리제트 트와이닝. 메이드처럼 보이는데 메이드는 아닌 캐릭터. 본작에서 가장 "예쁜 병풍"에 가까운 캐릭터가 아닐까. 성능도 별 특징은 없다. 쿼츠라인이 전부 뚫리는 유일한 캐릭터라는 점을 생각하면 팔콤도 리제트는 특징을 부여하기보다는 자유롭게 셋팅해서 쓰라는 의도로 설계한것으로 보인다. 

카트르 살리시온. 오토코노코 담당. 대개는 크리티컬 세팅을 해서 CP회복 겸 실드 담당으로 쓰지 않을까 싶다. 

주디스 랜스터. 시나리오상 명백히 히로인인 아니에스나 일레인을 제외하면 주인공인 반이랑 맺어졌을 때 가장 위화감이 없을 것 같다. 서로 의식하는 남녀관계라기보다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다음날 같은 침대에서 일어날 것 같은 느낌. 그림 캣츠 변신으로 마공이 물리 크래프트에도 반영되는 물마 하이브리드 캐릭터라 아츠 세팅하기 좋다. 

베르가르드 제먼. 솔직히 별 존재감이 있는 어르신은 아니다. 다른 레귤러 캐릭터는 다 있는 음성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 사실 게스트 캐릭터였는데 억지로 끌어온거 아닌가 의심되는 레벨이다. 애초에 <섬>시점에서 죽었다고 알려진 캐릭터인데 살려낸 이유도 모르겠고. 성능도 좋다고는 하는데 쿼츠 세팅하기도 귀찮고 해서 거의 안썼다. 

일레인 오클레르. 메인 히로인 중 하나, 인데 명백히 패배 히로인의 냄새가 난다. 공화국편 최종편이 멀티엔딩이 아니라면 어딜 어떻게 뜯어봐도 패배히로인. 이명의 오토메를 소녀가 아니라 처녀로 번역한건 아무리 생각해도 오역에 가깝다. 

피 클라우젤. <섬>과의 연결점 중 하나. 그나저나 전부터 생각한건데 유격사는 국적이 대체 어떻게 되는거지…? 순광석화의 모션이 예쁘다. 필드배틀 성능은 영 별로였다. 

카심 알파이드. 사상 최강의 엽병 중 하나라는데 전작까지 전혀 언급이 없던 캐릭터라 뜬금이 없는건 둘째치고 전용 모션도 제대로 준비가 안돼서 빔쏘는데 멀뚱멀뚱 서서 쏘는걸 보고 있으면 얘가 강하긴 한건지 의문이 드는게 문제다. 보스로도 안나오고 플레이어블 캐릭터도 아니니까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는건 알겠는데 말이지… 

시즈나 렘 미스루기. 전작에서부터 미리 떡밥도 뿌리고 디자인도 잘뽑혔고 모션도 잘뽑혔고 하여간 좋은건 다 몰아줬는데 비중은 적다. 본작에서도 거의 떡밥만 뿌리다 퇴장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차기작엔 비중이 높겠지. 필드배틀이고 커맨드배틀이고 성능은 미쳐날뛴다. 설정상으로는 신기합일 사용이 가능한데 정작 크래프트에는 없는게 아쉬운 점. 신기합일 없이도 미친 성능이라 차기작엔 너프먹는거 아닌가 걱정된다. 

엘로이 하우드. 설정상으로는 범죄의 천재고 엄청 위험한 인물이라는데 정작 본작에서는 아군에 가까운 포지션이긴 했다. 그리고 그놈의 천재 캐릭터는 제발 좀… 팔콤은 천재 캐릭터 묘사는 거의 나로우계 라노베 수준으로밖에 못하면서 천재 캐릭터 넣는건 왜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제라르 당테스. 이슈멜가보단 낫긴 한데 얘도 뭘 하고 싶었던건지가 좀… 그나마 세키 토모카즈가 목소리빨로 살려놨는데 막판 마신형태는 목소리도 이펙트로 다 죽여버려서 문제가 더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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