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 주말 감상 놀이문화



0.
요즘들어 드는 생각인데 MMO 게임들은 그냥 MMO를 포기하고 싱글플레이 패키지로 내고, RvR이나 RvE같은 대규모 컨텐츠만 부분적 멀티플레이로 구현하는게 낫지 않을까. 물론 패키지 시장 자체가 죽어버린 나라에서 이런 소리를 해봐야 그냥 MMO가 싫은 아싸 플레이어의 푸념일 뿐이지만.
블레이드 앤 소울 때도 그랬지만, 검은사막 또한 그런 “차라리 패키지 싱글로 내는게 나았을법한” 온라인 게임으로 보인다.

1.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툴 자체는 잘 만들어졌다. 특히 좌우 비대칭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거나, 머리카락의 경우 속머리, 전체 머리카락, 머리 끝의 3파트로 나뉘어 염색표현이 가능하다거나 하는 요소가 매우 맘에 든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 툴에 비해 커스터마이징 가능 범위가 너무 좁다. 블레이드 앤 소울처럼 기본으로 주어지는 파츠에서 크게 벗어나는 외모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조금씩 조정해나가는 시스템인데, 정작 CBT라 그런지 얼굴형도 머리스타일도 가짓수가 너무 적다.

2.
전투시스템은 테라 이후로 양산되는 전형적인 논타겟 MMORPG와 크게 다를 바는 없다. 테라와 C9와 블레이드 앤 소울 3개 게임을 적당히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테라보다는 잘 만들었지만 블레이드 앤 소울 같은 상쾌한 감각은 부족하다. 타격 모션과 타격 이펙트, 효과음이 잘 만들어져 있어 화려하긴 하지만 피격 모션이나 히트스톱, 넉백과 같은 요소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오브젝트간 물리간섭도 어느정도 구현되어 있는 등 세세한 부분에서 신경쓴 요소는 보이지만 정작 그게 전투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매우 적다는 점에서 헛수고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블소는 물리엔진은 커녕 기초적인 충돌체크도 안 했는데 모션과 스킬 디자인만으로 “액션게임처럼 보이게” 하는데 성공한 것에 비하면 비효율적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다.

3.
메인 퀘스트 라인은 그냥 퀘스트 라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지만, 마을마다 있는 각종 서브퀘스트 류는 플레이어가 직접 NPC들에게 말을 걸어가며 즐겨야 하며 오브젝트, 몬스터, NPC 등 게임 내의 설정을 파고들게 하는 “지식” 시스템이 있어 볼륨이 풍족한 기분이 든다. 문제는 이게 MMORPG이고, 이런 “알려주지 않는” 요소는 게이머에게 불만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번 구입하면 얼마든지 천천히 파고들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싱글플레이 게임이라면 상관이 없다. 그러나 이 게임은 MMORPG이고, 대다수의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형평성이 있게 강해지길 원한다. (정확히는, 자신이 손해를 보고 싶지 않아한다) 육성요소과 전혀 상관이 없는 정말 이스터 에그 같은 시스템이었다면 또 모르겠으나, “이야기 여력”이나 “공헌도” 같은 요소의 육성과 관계되어있기 때문에 무시하기도 힘들다는 점이 문제다.
이 게임이 싱글 패키지 게임이어야 했다고 생각하게 만든 가장 큰 요소다.

4.
MMORPG인데도 게임이 진행되면서 내 캐릭터가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레벨 12가 되도록 습득한 장비류는 왼손과 오른손 장비, 장갑, 신발 뿐이다. 캐릭터의 외형에 영향을 주는 장비류가 무기와 갑옷(혹은 의복)뿐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래서야 레벨이 올라도 캐릭터가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스킬 습득이 빠른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메인 퀘스트 라인의 시나리오 연출이 잘 되어있는 것도 아니다. 스토리 진행속도는 매우 느리며 초반 메인 퀘스트의 상당수는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튜토리얼성의 이 몹 몇마리 잡아와라, 이 아이템 몇 개 모아와라 식의 양산형 퀘스트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요소가 매우 부족하며, 시나리오 컷신에도 음성 삽입이 일체 없어 몰입감을 저하한다.
즉 게임 플레이적인 측면에서도,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도 게이머에게 플레이를 지속하게 만드는 요소가 부족하다.
중·고레벨 이후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저레벨 때 이래서야 중·고레벨에 도달하기도 전에 나가떨어질 플레이어가 더 많지 않을까.

5.
인스턴스 던전 없이 모든 지형을 오픈필드로 디자인한 것은 악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퀘스트 목표인 몹이 리젠되기가 무섭게 순삭당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MMO 전통의 막타스틸, 원거리 스틸 등 각종 트롤러가 넘쳐난다. OBT 이후로는 더 심해질테고, 거대 길드에 의한 통제도 예상할 수 있다. 펄어비스와 다음게임은 이에 대처할 방법이 있는지 의문.
그렇다고 초반 퀘스트가 딱히 파티플레이를 유도하는 것도 아니고 초반의 메인 퀘스트라인은 철저하게 싱글 플레이 위주로 짜여있다.
이 게임이 싱글 패키지 게임이어야 했다고 생각하게 만든 두번째 요소.

6.
그래픽은 꽤 좋은 편인데 스크린샷 찍기가 괴롭다. 앞서 말한 장비류를 짜게 주는 레벨 디자인 때문에 룩딸요소가 부족하기도 하고, 아마 여성 캐릭터의 하체(…)를 찍는 행위에 대한 차단 요소 때문이겠지만 카메라를 줌하면 캐릭터의 전신에 중심을 잡는게 아니라 상부에 중심을 잡고 줌인되는데 이게 너무 심해서 어느정도 줌인을 하면 심지어 흉상도 아니고 두상만 잡힌다.
솔직히 블레이드 앤 소울도 그렇고 테라도 그렇고 어차피 성인대상 게임인데 성적 요소에 대해 너무 짜게 구는 것도 좀 안 좋아 보이지만, 이건 이 나라가 선비의 나라라서 어쩔 수 없는 듯. 성인이 자기 책임 하에 보는 것도 금지를 하는 나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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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레이오네 2014/04/27 23:35 # 답글

    기존 MMORPG의 거대 길드가 이미 '점령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더군요.
    끙...
  • WeissBlut 2014/04/28 01:08 #

    끝장났네요
  • 일렉트리아 2014/04/28 01:27 #

    언재나 있는 일입니다.
  • KAZAMA 2014/04/28 08:58 # 답글

    패키지는 스팀 판매식으로 있지 말입니다.............
  • WeissBlut 2014/04/28 11:05 #

    스팀 시장이 큰거지 국내 시장이 큰게 아니죠.
  • KAZAMA 2014/04/28 11:08 #

    갈라파고스화를 추구하는 한국게임업체들이..........참......
  • WeissBlut 2014/04/28 12:46 #

    원인을 따지자면 시장이 똥망한게 먼저긴 합니다. 비록 현행 온라인 게임 개발사에 직접적으로 이어진 개발자들은 많지 않긴 하지만 국내 패키지 게임 개발자들은 나름 있었어요. 퀄리티가 아쉽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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