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1, 2권 놀이문화

0.
한줄로 설명하자면 기대해서 손해본 작품이겠군요. 아니 읽기 전부터 장르적으로는 적당적당한 하렘계 RPG 소설일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진짜로 적당적당했습니다. 웹연재 당시에는 꽤 인기가 좋았던걸로 알고 있고 (전 웹연재때에 얘기만 듣고 안읽어서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서적화 이후 판매량도 꽤 괜찮았다고 들어서 나름 기대치를 올렸는데, 음 네….

1.
요즘 일본 웹연재 판타지의 트렌드는 마치 게임 시스템같은 세계관 설정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 같던데, 본작도 마찬가지입니다. 레벨이라거나 스테이터스라거나 스킬이라거나 하는 게임스러운 용어를 설정에 녹여 쓰고 있습니다. 뭐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그런 세계"라고 설정해두고 진행하는 통상 웹소설보다는 그래도 이것저것 설명하려고 했습니다만(스테이터스와 스킬에 대해서 신의 축복이라는 식으로 설명을 붙여놨죠) 그래도 그게 납득이 가냐고 하면 좀 위화감이 듭니다. 던전과 몬스터의 설정은 더 심한데 던전의 마력으로 인해서 몬스터들이 자연발생하는데다, 몬스터의 가슴 부근에는 마석이라는 부위가 있어서 그걸 빼버리면 그냥 시체가 증발합니다. 어쩌다 운이 좋으면 신체 부위 일부가 남는 수준이죠. 이거 왠지 익숙하지 않습니까? 네, 게임의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부조리(무한리젠되는 몬스터, 분명 시체와 유류품이 있을텐데 아이템 드롭은 랜덤)를 소설에 그대로 가져다 박았습니다.
던전 RPG의 소설화라는 면에서는 솔직히 말해서, 미궁거리 크로니클 쪽이 훨씬 더 퀄리티가 좋아요. 그것도 던전탐색류 RPG를 그대로 소설로 옮긴 것 같은 설정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게임적인 설정을 가져다 붙이진 않았거든요. 솔직히 이정도면 소아온처럼 그냥 겜판인 게 낫지 않나요? 이쯤되면 역으로 RPG의 부조리를 꼬집기 위해서 쓴 풍자소설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2.
뭐 어차피 판타지 소설의 설정은 덤 같은거고 재미만 있으면 되는 겁니다만, 뭐 못봐줄 정도는 아니네, 정도로밖에 표현을 못 하겠습니다. 일단 너무 가벼워요. 주인공은 여자아이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던전에 뛰어든 초보 모험자입니다. 아니 이게 뭐야 대체… 가벼운 설정도 정도가 있잖아요. 그러고보니 모 젖룡제 주인공도 비슷했죠. 사실 전 그녀석도 별로 안 좋아합니다. 히로인들은 좋아합니다만… 아무튼 본작도 그렇습니다. 히로인들은 조형이 좀 얄팍하긴 해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데 주인공은 조형도 얄팍할 뿐더러 경박하기까지 해서 너무 제 취향에서 벗어나있습니다. 차라리 부모의 복수를 위해서라는 클리셰는 지겹긴 하지만 더 무게감이 있잖아요. 미궁거리의 마카베는 "그냥 어쩌다보니" 미궁에 오게 됐지만 캐릭터성이 얄팍하진 않았습니다. 벨 이녀석은 대체 뭐냐구요.

3.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너무 가볍고 무난하기만 한 점은 확실히 단점입니다만, 그 대신 무난한 RPG 소설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가볍게 시간때우기로 읽기엔 나쁘지 않아요.
중학생 일기 이하의 괴멸적인 문장이 넘쳐나는 요즘 라노베들에 비하면 문장도 나쁘지 않습니다. 뭐 이건 원서를 읽거나 같은 번역자의 다른 작품들을 늘어놓고 비교대조하지 않는 한 작가의 문제인지 번역자의 문제인지 판단하기 어렵긴 합니다만.
히로인들도 아직 캐릭터 조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서 좀 얄팍해보이긴 합니다만 나름대로 매력적이긴 합니다. 주인공이 섬기는 주신인 헤스티아랑 포지션상 최종보스로 보이는 프레이야가 개인적으로 취향입니다. 에이나도 좋구요.

4.
결론은 그냥 소비적으로 읽을 가벼운 하렘계 판타지를 찾는다면 본작은 그럭저럭 무난한 작품입니다. 그게 아니라 진짜 던전탐색물을 보고 싶으신거라면 차라리 미궁거리 크로니클을 추천.

덧글

  • 魔神皇帝 2013/08/22 00:04 # 답글

    이 바닥에선 '본격' 던전탐색물을 볼 바에야 직접 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는게 문제겠죠...^^;;

    전 큰 기대를 하고 보진 않아서 그런지 괜찮게 봤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캐릭터들이 좀 가벼운데다가 정형화 되어 있긴 합니다만(특히 2권은 주인공 한대 쥐어 박고 싶을 정도;) 술술 읽힌다는게 좋더군요. 요즘 스트레스 좀 받다보니-ㅁ-;;

    저도 프레이야가 -_-)b
  • WeissBlut 2013/08/22 16:06 #

    하긴 게임을 하는게 낫겠다는 사람도 많겠네요. 그래도 게임이랑 소설은 느낌이 다르니까요…
  • 비로그人 2013/08/22 12:03 # 삭제 답글

    저는 솔직히 주인공이 너무 가벼워서 질이 떨어진다는 말에 반대합니다.

    왜냐면 이 소설의 기본적인 플롯이 '소년 성장물' 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발매된 소설은 보지 못했습니다만,
    일단 웹 연재본의 경우 이제 막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뒤 날아오르려는 찰라...
    연재를 멈췄기 때문에 주인공의 성격이나 케릭터가 향후 어떻게 변할지는 작가 이외에는
    아무도 확답할 수 없습니다.
  • WeissBlut 2013/08/22 16:07 #

    소년 성장물이란걸 모르는건 아닌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가 싶어서요. 여자애랑 만나고 싶어서 던전에 온 헤타레 주인공이라니 뭡니까 이건…
  • 유연서 2013/08/22 16:16 # 답글

    가장 골때리던건 뒷담 좀 까였다고 절망해선 던젼에 달려가는부분. 순간 겜판인가 싶었습니다.
  • WeissBlut 2013/08/22 23:12 #

    뭐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닙니다만 심리묘사가 빈약해서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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